샤워기와 건강 - 비결핵항산균
샤워할 때 샤워기 쓰지 않는 분은 없으실 거예요. 그런데 샤워기 헤드가 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 쓰는 샤워기 헤드 한번 열어본 적이 있으세요? 보통은 깨끗한 수돗물만 통과하는 데니까 이것도 깨끗하겠지 싶지만 오래동안 사용한 샤워기 헤드 뚜껑을 열어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물때가 샤워기 헤드가 잔뜩 껴 있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물을 잠가도 샤워기 헤드에는 물기가 계속 남아 있잖아요. 그리고 구멍이 작아서 물기가 증발되기도 어려우니 물때가 끼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여기까지는 생각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샤워기 헤드를 열어 보세요. 어, 물 때 더럽다. 여기서 끝날 게 아닌 것이 이 물때로 수많은 박테리아가 증식한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도에 미국과 영국에서 사용 중인 샤워기 헤드 656개를 임의로 선택해 그 안에 들어 있는 물때를 채취했어요. 세균 배양실험을 했는데 물 때 세균 중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것이 비결핵 항산균이라는 박테리아였습니다.
비결핵 항산균은 결핵균과 유사한 모양을 가진 박테리아입니다. 폐질환, 림프절 염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결핵균, 나병균을 제외한 마이코박테륨을 통칭하는 비결핵 항산균은 종류가 150여종이나 되기 때문에 치료 방법이 제각각이고, 치료기간도 한두 달에 끝나는 게 아니라 1,2년 정도로 긴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결핵 항산균은 대개 강물, 호수 같은 자연수와 토양 등에 존재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직접 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병원성이 낮고 사람을 통해 점염되지 않기 때문에 주목을, 관심을 끌 이유가 별로 없는 박테리아였습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그것도 샤워기헤드에서 비결핵 항산균이 발견되는 이유가 뭘까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자연수를 받아쓰는 우물보다 샤워기 헤드에 비결핵 항산군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죠.
수돗물은 염소로 소독하는데 일반적인 세균과 달리 비결핵 항산균은 염소소독으로 죽지 않고 샤워기 헤드의 물때에 붙어서 증식을 한다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욕실에서 샤워할 때를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을 틀면 샤워기 헤드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박테리아가 욕실에 분사됩니다. 샤워기 증기에 30분, 1시간 노출 되는 게 좋지 않을 수 있죠. 심지어 샤워기 헤드로 샤워만 하는 게 아니라 양치질도 하고 가글 하고 입 헹구시는 분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중략) 샤워기로 양치하는 것도 좋은 게 아닙니다. 샤워할 때 나오는 샤워증기가 피부미용에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또 샤워기로 몸 구석구석 다 씻고 마지막으로 구강청결을 위해 샤워기로 입 헹구시는 분들, 잘 생각해 보실 일이긴 합니다.
실제로 비결핵 항산균으로 인한 질환이 2001년부터 증가하는 추세고, 2015년에는 10만명 당 60건 가량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비결핵 항산균은 병원성이 낮기도 하고 건강한 분들은 균을 이겨낼 만한 든든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선천적인 면역체계로도 비결핵 항산균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반대로 천식이나 폐질환이 있으신 분들, 폐기능이 떨어지는 분들, 기관지 확장증 등 호흡이 힘든 기관지 질환이 있으신 분들,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분들은 반드시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럼 앞으로 샤워기 헤드를 쓰지 말까요? 그 편한 걸 안 쓰고 어떻게 샤워를 하죠?
문제는 샤워기 헤드에 있는 게 아니라 샤워기 헤드 안의 물 때입니다.
이 물때는 일종의 바이오필름, 그러니까 세균, 박테리아를 비롯한 미생물들이 서로 들러붙어서 보호막을 형성하고 증식해 가는 집합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세포의 유전자, 단백질, 다당류 등 다양한 물질들이 복잡하게 엉겨붙어 있기 때문에 물로만 씻기지는 않습니다. 비결핵 항산균은 염소소독으로도 죽지 않습니다.
(샤워기 헤드 관리 tip)
지금 바로 샤워기 줄과 헤드를 분리해 놓고, 대야에 식초와 물을 1:1로 섞어서 하루 정도 담가 놓으시기 바랍니다.
샤워기 줄과 헤드는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십시오.
샤워기에 뜨거운 물 틀어놓으면 나쁜 세균들이 죽는 거 아니예요?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욕실 온수는 아무리 뜨거워도 60도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균 자체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깨끗하기 위해서 했던 목욕이. 샤워가 오히려 내 폐 건강을 해칠 수도 있었다니 우리가 알고 있던 여러 가지 건강 상식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소형 채널H’에서 옮김)
